안경

by 도리다 | 2007/12/06 22:48 | 書 쓰다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dorida.egloos.com/tb/398893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ninon at 2007/12/07 19:35
그러니까 목요일 12시 20분 중앙스폰지에서 보았다는 거지?
나는 화요일 12시 20분 같은 곳에서 보았어
왼쪽 세번째줄이었던가?
그날 바깥나들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어
그 찬바람을 뚫고 여의도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 아현동을 지나 충정로에서 나도 잠깐 고민을 했지
그러다 역시 그냥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대로 가다보니
중림시장과 중앙일보사 앞을 지나 시청 그리고
롯데백화점에서 청계천쪽으로 내려가 길을 건너
다시 을지로로 올라왔지

윗옷 네 겹에 장갑도 두 겹이었는데도
겨울 바람이 어찌나 매섭던지
영화관에 들어가면 언 몸이 노곤노곤 풀어져버릴 것 같았어
영화관 안 실내온도가 생각보다 따뜻하지 않은 게 다행이랄지
오히려 약간 쌀쌀하다 싶은 한적한 영화관에서
신발도 벗은 채 웅크린 자세로
그렇게 1시간 40여 분이 졸 틈도 없이 지나갔어
그런 재능이라면 나도 자신있는데 하면서도
그렇지만 역시 저 쪽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폴에 나오는
4차원의 세계 같은 곳이니 현실이 아닌 꿈으로 남겨둘 수 밖에
남겨 두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아침을 먹지 않은 데다가
'식당'자체가 테마였던 이전 영화에서보다
오히려 더 생생하게 이어지는 식탁 장면들에
배에서는 계속 꼬르륵 소리가 나서 혼났지
촉촉한 즙이 배어나오는 연분홍빛 연어구이
바삭하게 익혀진 흰자 위에 반숙 노른자 두 개가 흐트러짐 없이 얹혀진
'완벽한' 달걀프라이
투박한 갈색 맥주병과 달빛 아래 숯향을 머금고 익어가는 붉은 고기점들
두툼하게 썰어 구운 토스트 한 조각
서두르지 않고 삶아낸 팥을 넣고 손으로 돌리는 기계로 갈아낸 얼음을
수북하게 얹어 투명한 시럽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빙수
그리고 따스하고 투명하고 나른한 봄바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어설픈 지도까지도 오히려 완벽함이 되는 그런 세상
꿈이라 해도 아니 꿈이라서겠지
푸른 커튼을 젖히고 눈부신 햇살을 방 안에 가득 들여놓아도
깨지 않았으면 싶은 그런 꿈
이렇게 꿈만 꿀 수는 없는데
이렇게 꿈만 꾸면 안되는데

바깥은 여전히 찬바람이 네 겹의 옷을 뚫고 들어오는데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깨어나면 아쉽기는 해도 바람빠져 쪼그라든 풍선마냥 허탈하지만은 않은
그런 꿈을 품고 살고 싶어

그 날 오후에 상뻬의 그림이 있는 책을 선물받았어
꿈이어도 좋았을 테지만 꿈이 아니라서 더 좋았어
Commented by ninon at 2007/12/07 19:39
타소가레 타소가레...
그게 그렇게 풍성한 단어였구나
그러니 지성과 감성은 따로가 아닌거야
고마워~
내 무지를 알게 해주고 또 채워 주어서
Commented by windy at 2007/12/12 19:45
난 가장 오른쪽의 사람이 당신인줄 알고 사진 클릭해서 보고...그랬다
첨엔 남해에 여행갔다길래 친구들하고 저러고 노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글은 길어서 읽다가 포기하고
처음에 가장 오른쪽이 당신이라는 가정하에 미친듯이 웃어 즐거웠다
뭐 어떤 방식으로든 즐기는 건 자유지?
Commented by 도리다 at 2007/12/13 12:49
ninon/ 난 2층 둘째줄 가운데서 봤어. 2층에서 영화를 본 게 얼마만인지 정말.
사람도 없고 영화 감상에는 진짜 최고더라.
언니가 묘사한 음식들을 보니까 다시 침이 고여.
저 비슷한 곳으로 가야겠어. 반은 여행자이고 반은 거주민인 상태로.

windy/ 내가 내 몸과 얼굴을 고를 수 있다면 가장 오른쪽 사람을 골랐을 거야.

:         :

:

비공개 덧글



비닐 속의 비늘
by 도리다
▒ 카테고리 ▒
▒ 포토로그 ▒
rss

skin by 흐니
edited by dorida